센서 없는 예지보전, 설비 고장 데이터로 지금 시작하세요

7분 소요

예지보전을 검토하다가 견적서를 받고 멈춰 선 적 있으신가요? 설비 한 대당 진동 센서, 수집 장비, 분석 시스템까지 고려하다 보면 비용은 금세 부담스러운 규모가 됩니다. 그래서 많은 현장이 "우리는 아직 이르다"며 검토를 덮어둡니다. 그사이 고장은 계속 발생합니다.

하지만 예지보전의 시작은 센서를 다는 순간이 아닙니다. 이력을 제대로 쌓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비싼 센서 없이도 설비 이력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장을 예측하는 방법과, 어떤 설비부터 예지보전을 적용하면 좋을지 안내합니다.

💡 예지보전과 예방보전, 사후보전이 어떻게 다른지는 예방보전·사후보전·예지보전 차이와 정비 전략 선택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센서 기반의 예지보전을 시작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

센서가 감지할 수 없는 고장 유형도 있습니다.

센서는 고장이 서서히 진행되며 남기는 신호를 읽습니다. 베어링이 닳으면 진동이 조금씩 커지고, 모터에 무리가 가면 온도가 올라가며, 윤활유가 열화되면 오일 속 금속 입자가 늘어납니다. 이렇게 고장 징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센서가 유용합니다.

반대로 예고 없이 오는 고장에는 읽을 신호가 없습니다. 순간 과부하로 축이 부러지거나, 이물질이 끼어 체인이 끊어지거나, 전압 변동으로 제어 기판이 손상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신호가 있더라도 감지 시점부터 고장까지 시간이 극히 짧으면 손을 쓸 수 없습니다.

모든 설비에 센서를 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모든 설비에 센서 장비와 수집·분석 시스템을 연동하는 비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도입 후 데이터를 모니터링·분석할 전문 인력도 필요합니다. 사내 보안이나 네트워크 정책에 따라 도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예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기계 상태감시 국제 표준인 ISO 17359 역시 상태감시를 도입하기 전에 설비 중요도를 평가해 대상을 선별하도록 안내합니다. 전 설비 센서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제 표준이 권장하는 방식도 아닙니다.


이력만으로 고장을 예측한 두 가지 사례

① 부품 교체 이력을 기반으로 다음 고장을 예측

컨베이어 모터 베어링의 12개월 치 교체 이력을 정리하자 교체 시점이 드러났습니다. 0일, 87일, 181일, 272일. 간격은 87일, 94일, 91일로 평균 약 90일, 편차는 4일 이내였습니다.

편차가 작다는 것은 이 베어링이 쓸수록 닳아 비슷한 시점에 고장 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베어링은 90일 전후에 고장 난다"라는 예측이 이력만으로 가능해진 것입니다. 관리자는 6개월 정기 교체를 80일 주기 선제 교체로 바꿨고, 그 뒤 예정에 없던 고장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들어간 센서는 0개입니다.

다만 80일 교체는 평균 90일에 안전 마진을 둔 값이므로, 아직 쓸 수 있는 부품을 일찍 버리는 낭비는 남습니다. 이 낭비까지 줄이려면 개별 설비의 상태를 읽는 센서가 필요하지만, 센서 없이도 충분히 고장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② 고장이 몰리는 패턴을 분석하여 예측

고장 간격이 불규칙해도 읽을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유압 프레스 실린더 씰 누유 이력을 정리했더니 3건 모두 6~8월에 몰려 있었습니다. 3건은 결론을 내리기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여름철 유온 상승을 원인으로 의심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기간 작동유 온도를 확인하자 관리 기준을 웃돌고 있었습니다.

이 현장은 여름철에만 냉각기 점검을 강화하고 씰 교체를 5월로 앞당겼습니다. 간격이 아니라 고장이 언제 몰리는지를 본 것입니다. 계절, 특정 제품 생산, 작업조처럼 조건이 겹치는 지점을 찾으면 원인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력 분석은 어떤 설비부터 적용할까요

우선순위는 고장 빈도멈췄을 때의 타격, 두 가지 축으로 비교하여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장이 잦음

고장이 드묾

멈추면 타격이 큼

최우선 ㅡ 이력 분석 즉시

센서 상태감시 검토

멈춰도 타격이 작음

이력 분석 대상

고장 후 대응


고장이 잦고 멈추면 타격이 큰 설비가 최우선입니다. 이력이 빨리 쌓여 분석을 바로 시작할 수 있고, 개선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앞의 컨베이어 베어링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고장은 잦지만 멈춰도 타격이 작은 설비도 분석 대상입니다. 급하지는 않아도 교체 주기를 맞추면 불필요한 부품비와 정비 공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드물게 고장 나지만 한 번 멈추면 공장 전체가 서는 설비는 이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신뢰도를 얻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력이 쌓이기를 기다리는 대신 센서 상태감시를 검토할 영역이며, 앞서 언급한 ISO 17359의 설비 중요도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기도 합니다.

고장도 드물고 멈춰도 타격이 작은 설비는 고장이 난 뒤 대응하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관리에 드는 비용이 얻는 것보다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설비가 이 표의 어느 칸에 해당하는지도 이력이 있어야 알 수 있습니다. 이력은 예지보전의 재료이기 이전에, 어떤 정비 전략을 쓸지 판단하는 근거입니다.


이력은 얼마나, 어떤 형태로 쌓아야 할까요

통상 6~12개월 정도는 이력을 쌓는 것이 좋지만, 설비별 고장 발생 건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컨베이어 베어링 사례처럼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은 9개월 만에 4번의 고장 이력만으로도 유의미한 패턴이 나왔지만, 드물게 고장 나는 대형 설비는 같은 신뢰도를 얻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건수가 적을수록 예측 범위는 넓어집니다. 4건은 결론이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이력이 쌓일수록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이력을 쌓을 때는 기록하는 사람과 상관없이 같은 정보가 남아야 합니다. 기록이 설비 단위로 묶이지 않거나 담당자마다 표현이 다르면, 건수가 아무리 많아도 같은 고장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반드시 기록되어야 하는 정보입니다.

  • 설비·부품 식별자

  • 교체 또는 수리 일자

  • 고장 현상과 조치 내용

  • 사용한 부품

다만 이 조건을 담당자의 성실함에만 기대기는 어렵습니다. 현장에서 조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기억에 의존해 입력하는 사이에 누락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현장에서 즉시 이력을 쉽게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중심의 CMMS(설비관리 시스템)도 있습니다. 설비에 부착된 QR을 스캔하고 정해진 항목을 그 자리에서 채우면, 식별자와 일자는 자동으로 남고 담당자가 달라도 같은 형태의 이력이 쌓입니다.


센서는 이력이 쌓인 다음입니다

이력 데이터 기반의 예지보전이 센서 기반의 모니터링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개별 설비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센서뿐입니다.

다만 순서가 반대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센서를 먼저 달면 데이터는 쌓이지만, 그 신호가 고장의 전조였는지 판별할 정답지가 없습니다. 예측 모델은 과거에 무엇이 언제 어떻게 고장 났는지에 대한 기록과 짝을 이뤄야 학습됩니다. 정비 이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센서부터 도입한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대기업 설비관리 담당자도 고장 예측 프로젝트를 논의하다, 현장에서 설비 이력을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전제 조건은 공장에서 설비 이력을 잘 남겨야 한다는 거네요.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게."


결국 답은 오늘부터 쌓는 이력입니다

센서를 달든 달지 않든, 출발점은 이력입니다. 센서가 잡을 수 있는 고장은 정해져 있고, 모든 설비에 달 수도 없습니다.

어떤 설비에 센서가 필요한지 가려내는 판단조차 이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력은 차선책이 아니라 예지보전의 출발점입니다. 예산도 인력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오늘부터 기록을 제대로 남기는 것, 그것만으로 예지보전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읽어보면 좋은 글

이력을 엑셀에 쌓고 있는데도 분석이 되지 않는다면 👉 [설비관리 이력, 왜 엑셀로는 제대로 쌓이지 않을까? 구조부터 짚어봅니다]

설비가 한 번 멈출 때 얼마를 잃는지 계산해보고 싶다면 👉 [설비 다운타임 비용 계산기와 절감 방법 총정리]

우리 공장에 맞는 예지보전 방식이 궁금하시면 설비관리 전문가와 상담 신청도 가능합니다.


참고 자료

  1. ISO 17359:2018, Condition monitoring and diagnostics of machines — General guidelines


관련 글